막심 고리키의 『어머니』는 러시아 문학사뿐 아니라 전 세계 사회주의 문학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20세기 초 러시아의 격동기, 즉 제정 러시아 말기 산업화와 사회 변화가 한창이던 시기를 배경으로 하여, 한 평범한 노동자 가족이 어떻게 혁명적 삶으로 나아가게 되는지를 그립니다. 특히 주인공인 어머니 펠라게야 니콜라예브나는 단순히 아들을 위해 헌신하는 소극적인 존재에서, 민중 전체의 해방을 위해 행동하는 적극적 인물로 성장해 나갑니다.
고리키는 이 과정을 통해 개인의 변화와 사회적 연대가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를 탁월하게 보여주며, 독자에게 “인간이 어떻게 의식을 깨우고 행동하게 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집니다.
저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당시의 러시아 사회 현실과 혁명가들의 열정을 깊이 느낄 수 있었고, 더 나아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정의, 평등, 사회적 책임—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어머니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용기와 성장 서사는 단순한 혁명 소설을 넘어 인류 보편의 성장담으로 읽혔습니다. 이번 감상문에서는 작품의 주요 줄거리와 인물의 변화, 그리고 고리키가 던지는 메시지를 정리하며, 그 의미를 현대적 시각에서 재해석해 보려 합니다.
어머니의 각성과 성장 – 개인에서 사회로
『어머니』의 가장 중요한 테마는 주인공 펠라게야의 ‘각성’ 과정입니다. 소설 초반에서 그녀는 남편에게 폭력을 당하며 살고, 그가 죽자 이제는 아들 파벨만이라도 무사히 살기를 바라는 전형적인 소극적 인물입니다.
하지만 파벨이 혁명 운동에 참여하고, 동지들을 집에 불러 모으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에는 두려움과 혼란을 느낍니다. 그러나 점차 아들의 신념을 이해하고, 자신 또한 그 신념의 일부가 되어 행동하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가정사의 변화를 넘어, 억눌려 있던 민중이 자신들의 권리를 깨닫고 목소리를 내는 혁명적 과정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처음엔 전단지를 단순히 옮겨주는 역할을 하던 사람에서, 스스로 전단지를 나누고, 사람들에게 혁명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주체로 거듭납니다. 고리키는 이러한 변화를 매우 설득력 있게 묘사하며, 인간의 의식이 변화할 때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펠라게야의 변화는 단순한 ‘성장’ 그 이상입니다.
고리키는 그녀를 통해 억압받던 민중이 어떻게 의식화되는지 단계적으로 보여줍니다.
처음 그녀는 아들이 위험한 길에 들어섰다고 생각해 불안해하고, 심지어 그를 말리려 합니다. 그러나 파벨의 신념을 보고 들으며, 점차 그 신념이 단순한 불온 사상이 아니라 ‘사람답게 살기 위한 투쟁’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녀가 처음 전단지를 들고 나갈 때 느끼는 두려움은 독자에게 생생하게 전달됩니다.
마치 우리가 일상에서 처음으로 부당함에 맞서 목소리를 낼 때의 떨림과 비슷합니다. 이 장면은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행동하는 것’임을 보여줍니다. 이후 어머니는 단순히 파벨의 동조자가 아니라 혁명가로서의 주체적 행동을 하게 됩니다.
전단지를 스스로 작성하고 배포하는 단계까지 나아가며, 그녀는 더 이상 ‘누군가의 어머니’가 아니라 ‘민중의 어머니’로 거듭납니다. 이런 변화를 통해 고리키는 독자에게 메시지를 던집니다. “변화는 거창한 곳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평범한 한 사람이 깨어날 때 혁명은 시작된다.”
파벨과 동지들 – 혁명가의 초상
소설에서 파벨은 러시아 혁명 운동에 뛰어든 젊은 노동자의 전형입니다.
그는 단순히 개인적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공부하고 행동하며 더 큰 변화를 꿈꿉니다.
파벨과 그의 동지들은 공장에서의 비인간적 노동 조건, 국가의 탄압, 경찰의 감시 속에서도 비밀리에 모임을 열고 사회주의 이념을 공부합니다. 이들의 모습은 고리키가 바라본 ‘새로운 인간상’을 상징합니다.
즉,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고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적극적 주체입니다.
특히 파벨은 어머니에게 사상을 설명하고, 어머니가 이해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과정에서 가족 간의 유대가 단순한 혈연을 넘어 ‘이념 공동체’로 확장되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이들의 투쟁은 단순히 폭력적 혁명이 아니라 교육, 토론, 의식화라는 과정을 통해 진행됩니다.
이는 고리키가 폭력보다 ‘각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파벨과 그의 동지들은 단순한 이상주의자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 고통받으며 성장한 ‘의식적 노동자’입니다.
그들은 공장 내 착취, 임금 삭감, 경찰의 탄압 같은 구체적 문제를 직면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주의 사상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들은 몰래 모임을 열고 마르크스의 책을 읽으며 토론합니다.
고리키는 이들의 모습을 이상화하지 않고, 때로는 서로 의견이 충돌하거나 두려움에 흔들리는 인간적인 면모도 보여줍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그들이 끝내 현실을 바꾸기 위해 연대한다는 것입니다.
파벨은 단순히 자신만의 분노를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와 이웃들을 깨우고, 더 많은 사람을 혁명 운동에 참여시킵니다. 이 장면들은 독자로 하여금 ‘한 사람의 변화가 주변에 어떤 파급력을 미치는가’를 체감하게 합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법정에서 파벨이 당당히 자신의 사상을 밝히는 장면입니다.
그는 오히려 법정을 연단으로 만들어 대중에게 혁명의 필요성을 외칩니다. 이 대목에서 고리키는 ‘진실을 말하는 용기’가야말로 혁명의 시작임을 강조합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도 부당한 현실을 직시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고리키가 던지는 메시지 – 혁명, 연대, 희망
이 소설은 단순히 한 가정의 이야기를 넘어, 전체 사회가 변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고리키는 어머니를 통해 ‘혁명은 영웅 몇몇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참여할 때 진정한 힘을 갖는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또한 작품의 결말에서 어머니가 체포되지만, 그녀는 끝내 굴하지 않고 외칩니다. 이 장면은 비록 개인은 쓰러질 수 있으나, 혁명의 정신은 이어진다는 희망의 메시지로 읽힙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현실은 가혹하지만, 한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야말로 우리가 포기하지 않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날에도 사회적 불평등과 억압은 여전합니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우리는 어떤 변화를 원하는가? 그리고 그 변화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단순한 과거의 혁명소설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도 여전히 적용 가능한 사회적 메시지라는 점에서 가치가 큽니다.
확장된 관점에서 볼 때 『어머니』는 단순히 러시아 혁명 선동 소설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휴머니즘 소설입니다. 고리키는 주인공 어머니를 통해 ‘혁명은 위대한 지도자 몇 명이 아니라, 이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참여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는 진리를 전합니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어머니가 체포되지만, 그녀는 끝까지 외치며 군중에게 전단을 던집니다.
이 장면은 비극적이면서도 희망적입니다. 개인은 구속되었지만, 사상은 억누를 수 없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장면을 읽으면서, 한 사람의 행동이 얼마나 강력한 울림을 가질 수 있는지 깊이 느꼈습니다.
특히 고리키가 강조하는 ‘연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가치입니다. 불평등, 차별, 부조리 같은 문제는 개인 혼자 감당하기 어렵지만, 함께 행동할 때 해결의 길이 보입니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불의 앞에서 침묵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리고 “변화를 위해 무엇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저는 이 질문이야말로 『어머니』가 던지는 가장 큰 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막심 고리키의 『어머니』는 한 개인의 변화가 어떻게 사회 변혁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렬한 서사입니다. 저는 이 작품을 읽으며 ‘혁명’이라는 단어가 단지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에서 시작되는 것임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펠라게야가 보여주는 용기와 성장은 우리 모두에게 가능성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고리키는 단순히 시대를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이 의식적으로 깨어날 때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전달합니다. 이런 점에서 『어머니』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읽히는 고전입니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당시 러시아와 다를지 몰라도, 불의와 억압에 맞서는 용기, 그리고 연대의 필요성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저에게 “세상은 그냥 변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먼저 깨어나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이 책에서 느낀 감동을 바탕으로 제 삶에서 작은 변화부터 실천하고 싶습니다.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며, 주변 사람들과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이 책이 제게 남긴 가장 큰 선물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