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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골리 <검찰관>

by 경제 사다리 2025. 9. 19.

러시아 문학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도스토옙스키나 톨스토이 같은 대문호들이 생각나지만, 사실 그 길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 바로 니콜라이 고골리입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희곡 고골리『검찰관』은 19세기 러시아 사회를 날카롭게 풍자한 작품으로, 오늘날까지도 읽히며 연극 무대에서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러시아 제국의 관료주의, 부패, 권력 남용이라는 문제를 희극적 상황으로 풀어내지만, 단순한 웃음거리로 끝나지 않고 독자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 작품은 과연 러시아 사회만을 비판하는 것일까?’ ‘혹시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문제는 아닐까?’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때문입니다.

고골리는 스스로를 풍자작가라 불렀고, 사람들의 약점과 사회의 모순을 비추는 거울이 되고자 했습니다.
『검찰관』은 표면적으로는 작은 지방 마을에서 벌어지는 해프닝 같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의 본능적 두려움과 권력에 대한 비굴한 태도, 그리고 권력을 쥔 자들의 위선이 드러납니다. 희곡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현실적’입니다. 그들은 선하거나 악하기 이전에,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움직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웃음과 함께 씁쓸함이 밀려오고, 어느새 우리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됩니다.

저는 이 작품을 읽으며 러시아의 한 시골 마을을 무대로 펼쳐지는 ‘작은 소동극’이 어떻게 보편적 인간의 본질을 드러낼 수 있는지 놀랐습니다. 특히 권력을 가진 자들이 얼마나 쉽게 속고, 또 스스로 속으려 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무도 ‘진실’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 감상문에서는 『검찰관』의 줄거리를 간단히 짚어보고, 주요 주제와 인물, 그리고 이 작품이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깊이 있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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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골리 <검찰관>독서감상문

 

줄거리와 극적 전개: 오해에서 시작된 소동극

『검찰관』은 한 지방 도시의 관리들이 ‘수도에서 검찰관이 암행으로 내려온다’는 소문을 듣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시장을 비롯한 관리들은 불법 행위와 비리를 감추고, 급히 도시의 문제들을 ‘겉치레’로 해결하려 합니다. 그러던 중 하필이면 여관에 묵고 있던 젊은 청년 흐레스타코프를 ‘검찰관’으로 오해하게 됩니다.


흐레스타코프는 사실 빚에 쫓겨 지방을 떠돌던 하급 관리에 불과하지만, 자신을 높이 평가하고 대접해주는 마을 사람들을 보며 점점 ‘검찰관 행세’를 하게 됩니다. 그는 관리들에게 뇌물을 받고, 심지어 시장의 아내와 딸에게 구혼까지 하며 상황을 즐기죠.

이 과정에서 마을 사람들은 그에게 아첨하고, 앞다투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매달립니다.


결국 흐레스타코프는 돈을 챙기고 도망치고, 그 후에야 진짜 검찰관이 도착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연극은 끝납니다.

이 짧고 단순한 줄거리 속에는 오해, 기만, 탐욕, 두려움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고, 인물들의 심리가 현실감 있게 드러납니다.

고골리는 이러한 상황을 통해 권력과 인간의 본능적 반응을 날카롭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골리가 『검찰관』에서 보여주는 줄거리는 매우 단순하지만, 그 안의 긴장감은 점점 고조됩니다. 초반에는 ‘수도에서 검찰관이 내려온다’는 소문이 관리들 사이에서 퍼지면서, 도시 전체가 긴장 상태에 돌입합니다.

시장은 마치 도둑이 제 발 저린 사람처럼 누구보다 먼저 당황하고, 병원, 학교, 재판소 등 모든 공공기관의 문제를 감추려 허겁지겁 움직입니다. 심지어 환자들을 내쫓아 병원을 깨끗하게 보이게 하거나, 거리의 구멍만 메우는 등 보여주기식 대책을 세웁니다.


이러한 긴장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이 흐레스타코프입니다. 그는 사실 돈도 없고 지위도 낮은 하급 관리에 불과하지만, 관리들이 그를 검찰관으로 착각하자 처음에는 당황하다가, 곧 상황을 즐기기 시작합니다.

그가 숙소에서 보인 두려움과 우유부단함은 점점 사라지고, 대신 기세등등하게 사람들을 휘두르는 모습으로 변해갑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작은 권력’을 쥔 인간이 얼마나 쉽게 타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과정입니다.


특히 흐레스타코프가 떠나기 전 장면은 극의 클라이맥스입니다.

그는 시장의 딸에게 청혼하고, 관리들에게 돈을 빌린다며 챙길 만큼 챙기고 떠납니다.

그의 도망 이후, 진짜 검찰관이 온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순간 관객은 웃음과 동시에 등골이 서늘해집니다.

그 순간이야말로 고골리가 의도한 ‘희극적 카타르시스’라 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권력과 두려움이 만들어낸 거대한 자기기만이 폭로되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인물 분석과 풍자: 인간 군상의 축소판

이 작품의 중심에는 두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시장’과 ‘흐레스타코프’입니다.

시장은 전형적인 지방 권력자입니다. 그는 부패했고,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챙기며, 검찰관의 방문 소식에 누구보다 먼저 두려움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숨기기에 급급하고, 겉으로만 도시를 단장하려 합니다.


흐레스타코프는 반대편에서 이들의 불안을 이용합니다. 그는 본래 특별히 뛰어나거나 악의적인 인물이 아니었지만,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깨닫자 거짓말을 확대하며 권력을 누립니다. 그의 기만은 단순히 개인적 악행이라기보다, 권력 앞에서 무릎 꿇는 사람들의 태도에 의해 더욱 커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고골리의 풍자는 단순히 특정 계층을 조롱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그는 시장, 판사, 우체국장 등 모든 인물을 희화화하면서도, 그들이 마치 우리 옆집에 있을 법한 사람들처럼 느껴지도록 만듭니다. 독자는 웃으면서도, ‘나도 비슷한 상황이라면 저렇게 행동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흐레스타코프와 시장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당대 러시아 사회의 축소판 역할을 합니다. 시장은 부패한 권력자의 전형이지만, 동시에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는 겁이 많고, 자신의 자리를 잃을까 두려워 문제를 숨기려 하지만, 그 속에는 어딘가 불쌍하고 우스꽝스러운 면도 존재합니다. 이런 복합적인 묘사 덕분에 관객은 그를 완전히 미워하기보다는, 웃음 섞인 연민을 느끼게 됩니다.


흐레스타코프는 ‘기회주의자’의 전형입니다. 그는 악당이라기보다, 상황이 허락하는 만큼 탐욕을 확장하는 인물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공짜 밥을 얻어먹고 싶었을 뿐이지만, 관리들이 자신을 높이 대하자 점점 요구를 키워갑니다. 이 모습은 우리 사회에서 ‘작은 권력’을 가진 사람이 갑자기 위세를 부리기 시작할 때를 떠올리게 합니다.


또한 조연 인물들도 각자의 욕망을 드러냅니다. 판사는 뇌물 사건을 은폐하려 하고, 우체국장은 몰래 편지를 열어보며 사람들의 비밀을 캐내는 데 흥미를 느낍니다. 시장의 아내와 딸은 검찰관의 환심을 사기 위해 경쟁적으로 매력을 뽐냅니다. 이런 모습은 ‘권력자에게 잘 보이려는 인간 본성’을 희화화하면서도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냅니다. 고골리는 인물들을 과장하지만, 그 과장이 현실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강력한 풍자를 완성합니다.

 

 

 

오늘날의 시사점: 권력과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

『검찰관』이 쓰인 지 180여 년이 지났지만, 그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오늘날에도 권력자들이 감시받는 것을 두려워하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 ‘보여주기 식’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합니다. 기업, 정부, 심지어 개인의 삶에서도 진실보다는 체면과 외형이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이 작품은 ‘속는 사람’과 ‘속이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날카롭게 보여줍니다. 흐레스타코프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특별히 뛰어난 사기꾼이어서가 아니라, 사람들 스스로 속으려 했기 때문입니다. 권력자들은 자신이 두려워하던 검찰관이 ‘자신들에게 뇌물을 받고 잘 대해줄 것’이라고 믿고 싶어 했고, 결국 스스로를 속였습니다.


이러한 면에서 『검찰관』은 단순한 풍자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과 사회 구조를 통찰하는 작품입니다. 우리는 이 희곡을 통해 권력을 대하는 태도, 진실을 직시하지 않고 회피하는 습관, 그리고 집단이 만들어내는 자기기만의 위험성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검찰관』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무대에 오르는 이유는, 그 메시지가 시대를 초월하기 때문입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우리는 수많은 ‘흐레스타코프’와 ‘시장’을 목격합니다. 기업이나 조직에서 문제가 생기면,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보고용 자료를 만들고 겉치레에 집중하는 일이 흔합니다. 정치권에서도 보여주기식 정책, 형식적 개혁이 반복되고, 사람들은 그것이 ‘실질적 변화’라고 믿고 싶어 합니다.


이 작품은 ‘권력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쉽게 자신을 속이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사실 시장과 관리들은 흐레스타코프의 말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직감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스스로 그를 검찰관이라 믿으려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자신의 두려움을 덜어주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검찰관』은 단순한 풍자극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심리를 파헤치는 작품입니다. 우리는 이 작품을 읽으며 웃다가도,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게 됩니다. 내가 속한 사회, 내가 속한 조직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지 않은지, 내가 두려움 때문에 스스로 속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질문하게 됩니다. 이러한 성찰의 과정이야말로 『검찰관』이 고전으로 남은 이유입니다.

 

 

 

 

『검찰관』은 웃음으로 시작하지만, 생각으로 끝나는 작품입니다.

처음에는 관리들이 허둥지둥하며 벌이는 소동에 웃음이 나오지만, 읽다 보면 점점 불편한 감정이 스며듭니다.

왜냐하면 이 작품의 인물들은 결코 먼 나라의 허구 속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간 군상들이기 때문입니다. 권력을 두려워하고, 문제를 덮으려 하고, 겉치레에 집착하는 모습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반복됩니다.
저는 이 작품을 읽으며 ‘풍자문학’의 힘을 다시 느꼈습니다.

웃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힘, 그것이 바로 고골리가 의도한 바였을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도 여전히 권력의 부패, 형식주의, 겉치레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래서 『검찰관』은 여전히 유효하며, 읽을 때마다 새로운 울림을 줍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진짜 검찰관이 도착한다는 소식으로 막이 내려가는 결말은 아이러니하면서도 통쾌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해피엔딩이 아니라, 독자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이 질문에 정직하게 답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이 작품을 완전히 읽은 것이 될 것입니다. 『검찰관』은 웃음과 반성을 동시에 선사하는, 고전의 가치가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