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을 시작할 때 가장 많은 사람들이 마주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과연 나는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입니다.
이 고민은 작가, 화가, 디자이너, 유튜버, 심지어 직장인의 기획 업무에 이르기까지 창작이 필요한 모든 순간에 반복적으로 떠오릅니다.
하지만 『스틸 라이크 앤 아티스트』의 저자 오스틴 클레온은 이 두려움에 전혀 다른 해답을 제시합니다.
그는 “창작이란 완전히 새로운 발명이 아니라, 기존의 것을 훔쳐와 새롭게 조합하는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훔친다’는 것은 단순 모방이 아닙니다.
존경하는 예술가와 창작자의 아이디어를 연구하고, 그 안에서 영감을 얻어 자신의 색깔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창작을 너무 거창하게만 생각하고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예술가는 고독한 천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세상과 대화하며 이전 세대가 남긴 흔적 위에 새로운 이야기를 쌓아가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시 보게 되었죠.
특히 창작을 위한 10가지 조언은 마치 길을 잃은 창작자에게 건네는 나침반 같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창의성은 연결에서 나온다”는 메시지는 제 마음에 깊이 각인되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창작 방법론을 넘어, 예술과 일상의 경계에서 우리가 어떻게 영감을 얻고 삶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지까지 통찰하게 만듭니다.
이번 글에서는 책의 핵심 메시지와 더불어, 제가 느낀 창작의 원동력을 세 가지 주제로 나누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훔치기의 미학 – 영감은 어디에서 오는가
『스틸 라이크 앤 아티스트』의 첫 번째 교훈은 “좋은 아이디어는 어디선가 훔쳐오는 것”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주장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훔침’은 표절이나 단순 복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보고 듣고 경험하는 수많은 정보 속에서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골라내고, 이를 자신의 언어와 경험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형태로 만들어내는 창조적 과정입니다. 피카소가 말했듯이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는 문장은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술가, 작가, 창업가를 막론하고 모든 창작자는 이전 세대의 유산을 바탕으로 성장해왔습니다.
책에서는 훔치기의 첫 단계로 관찰과 수집을 강조합니다. 일상에서 만나는 글귀, 영화의 한 장면, 대화 속 한 문장도 훌륭한 영감의 원천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책을 읽고 난 뒤로 스마트폰 메모장에 ‘영감 노트’를 만들었습니다.
길을 걷다 떠오른 생각, 기사에서 본 흥미로운 표현, 대화 중 인상적인 문장을 적어두다 보니, 글을 쓸 때마다 그 노트가 훌륭한 재료 창고가 되더군요.
또한 저자는 영감의 혼합을 이야기합니다. 한 분야의 아이디어만 탐닉하면 사고가 고립될 수 있지만, 전혀 다른 영역의 지식을 융합할 때 창의성은 폭발합니다.
예를 들어 음악가가 미술 전시회를 다니고, 프로그래머가 시를 읽는 순간 예상치 못한 연결이 탄생합니다.
실제로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디자인과 기술의 경계에서 혁신을 만들었고, 셰익스피어 역시 고전 신화를 자기식으로 재해석해 시대를 초월한 희곡을 남겼습니다.
결국 훔치기의 미학이란 무작정 베끼는 것이 아니라, 존경하는 대상을 깊이 이해하고 자기 목소리로 재창조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명확히 보여줍니다.
창작 습관의 힘 – 매일 쓰고, 만들고, 기록하라
창작의 가장 큰 적은 영감 부족이 아니라 꾸준하지 못함입니다.
오스틴 클레온은 창작이 특별한 순간에 번쩍이는 재능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매일의 습관에서 나온다고 강조합니다.
작가 헤밍웨이가 매일 새벽 같은 시간에 글을 썼듯이, 꾸준함은 창작자에게 영감 이상의 자산입니다.
책에서 저자는 “손으로 먼저 만들라”는 조언을 반복합니다.
컴퓨터 화면 앞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키보드를 두드리기보다, 종이에 펜으로 아이디어를 그려보거나 글을 써보라는 것이죠.
저 역시 이 방법을 실천해보니 창작의 몰입도가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디지털 도구는 편리하지만, 때때로 창작 과정을 지나치게 효율 위주로 만들고 영감을 제한하기도 합니다.
손글씨와 드로잉은 생각을 시각화하며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내는 훌륭한 매개체였습니다.
또한 그는 작은 단위의 목표를 세우라고 조언합니다. 책 한 권을 한 번에 쓰려고 하면 막막하지만, 하루에 한 페이지씩 쓰는 것은 가능합니다.
이렇게 매일 쌓인 작은 결과물들이 모여 어느 순간 커다란 창작물이 됩니다.
저는 블로그 글을 쓸 때 매일 500자씩 아이디어 스케치를 합니다.
이 과정을 2주만 이어도 7000자의 원고가 쌓이고, 그 안에서 좋은 문장과 아이디어를 골라 다듬으면 훌륭한 글이 탄생합니다.
결국 창작 습관이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자신의 창의성을 지탱하는 생활의 리듬임을 이 책은 일깨워줍니다.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는 법 – 모방을 넘어 창조로
『스틸 라이크 앤 아티스트』는 모방에서 시작해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는 과정까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모든 예술가는 처음에 모방으로 시작합니다. 그림을 배우는 화가가 대가의 작품을 따라 그리듯, 글을 배우는 작가도 위대한 문장을 베껴 쓰며 언어의 감각을 익힙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단순 모방에 머무르지 않는 것입니다.
책에서 저자는 “무엇을 그릴지가 아니라, 누구의 시선을 통해 세상을 볼지 고민하라”는 조언을 합니다.
즉, 단순히 결과물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사고방식, 문제 해결 방식,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를 배우라는 뜻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점차 자신의 관점을 확립하고, 궁극적으로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어냅니다.
저에게 이 책이 큰 울림을 준 부분도 바로 여기였습니다. 블로그 글을 처음 쓸 때는 유명 작가의 문체를 따라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독자들이 제 글에서 ‘정소장만의 시선’을 기대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그래서 이제는 모방을 출발점으로 삼되, 제 경험과 생각을 솔직하게 녹여내려 노력합니다.
이 책은 창작자가 자기만의 목소리를 찾기 위해 필요한 시간과 시행착오를 인정하라고 말합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독창성을 요구하지 말고, 모방 → 혼합 → 변형 → 창조의 단계를 차근히 거치라는 조언은 창작자에게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위로를 건넵니다.
『스틸 라이크 앤 아티스트』를 덮고 난 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창작이란 특별한 사람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예술가나 작가를 ‘영감을 받는 사람’, ‘타고난 창의성의 소유자’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책은 그 고정관념을 깨뜨립니다. 영감은 우연히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관찰과 실천 속에서 만들어집니다. 매일의 습관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영감을 만나고, 그중 일부를 붙잡아 기록하고 변형하면서 창작의 불씨를 키울 수 있습니다.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큰 울림은 ‘불완전함을 허용하라’는 메시지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완벽한 아이디어, 완벽한 작품을 기다리다가 결국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냅니다. 하지만 저자는 불완전하게 시작하는 용기를 가지라고 말합니다. 첫 번째 글, 첫 번째 그림, 첫 번째 아이디어는 어쩌면 서툴고 미흡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불완전한 시도가 있어야만 두 번째, 세 번째 시도가 가능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비로소 자기만의 창작 언어를 발견하게 됩니다.
또한 『스틸 라이크 앤 아티스트』는 창작의 즐거움을 회복시켜 줍니다. 창작이 경쟁이나 평가의 대상이 될 때 우리는 쉽게 지칩니다. 하지만 창작을 삶을 풍요롭게 하는 놀이이자 자기표현의 도구로 바라볼 때, 우리는 부담에서 벗어나 진정한 몰입을 경험하게 됩니다. 저 역시 이 책을 읽고 난 뒤부터는 블로그 글쓰기를 단순히 ‘해야 할 일’이 아니라, 하루를 정리하고 내 생각을 세상과 나누는 즐거운 습관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창작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우리는 과거의 예술가, 지금의 동료 창작자, 그리고 미래의 독자들과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누군가의 문장에서 영감을 받고, 또 다른 누군가가 우리의 글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이 연결의 고리가 이어질 때 창작의 의미는 한층 더 깊어집니다.
따라서 이 책이 주는 가장 실질적인 조언은 단순합니다. “오늘, 무엇이든 하나 시작하라.”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메모 한 줄, 사진 한 장, 글 한 문단이 모여 당신만의 창작 세계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스틸 라이크 앤 아티스트』는 그 여정을 시작하는 모든 이에게 필요한 용기와 실천의 지혜를 전해주는 책이었습니다.